“요즘 차 똑똑하다더니…” 운전자들은 모르는 ‘차량 데이터’ 비밀, 무엇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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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마트해졌다는 오늘날의 자동차
조용히 쌓이고 활용되는 ‘차량 데이터’
그 데이터의 통제권은 어디에
오늘날 자동차에게 ‘바퀴 달린 스마트폰’라는 표현은 낯설지 않다. 앱을 연동해 음악을 듣고, 원격으로 문을 잠그며, 소프트웨어 업데이트로 기능이 추가되는 시대다. 완성차 업계 역시 커넥티드카와 소프트웨어 정의 차량(SDV)을 미래 전략의 핵심으로 내세운다.

하지만 실제 운전자가 체감하는 ‘스마트함’은 생각보다 제한적이다. 스마트폰 화면을 차량 디스플레이에 옮겨 놓았지만, 사용할 수 있는 앱은 일부에 불과하다. 자동차는 분명 많은 정보를 수집하고 있지만, 운전자가 그 데이터를 직접 활용하거나 통제하고 있다는 느낌은 들지 않는다. 그렇다면 이 ‘똑똑해진 차’는 도대체 무엇을 위해, 누구를 위해 데이터를 모으고 있는 걸까.
보이지 않는 데이터, 보이지 않는 주인

자동차는 이미 거대한 데이터 생성 장치다. 주행 거리와 위치 정보, 가속/제동 패턴, 운전 습관은 물론 전기차의 경우 배터리 상태와 충전 이력까지 지속적으로 기록된다. 이 데이터는 보험료 산정, 차량 잔존가치 평가, 정비 예측 등 다양한 영역에서 활용될 수 있는 고부가가치 자산이다.
제조사들은 그동안 보안과 프라이버시를 이유로 차량 데이터의 외부 접근에 신중한 태도를 보여 왔다. 해킹 위험과 개인정보 보호는 물론 중요한 문제다. 그러나 동시에 완성차 업체들은 과거 투자자들에게 차량 데이터와 구독형 서비스로 향후 연간 수십억 달러 규모의 수익을 기대하고 있다고 밝혀왔다. 이 지점에서 “진짜 보안 때문인가”하는 의문이 생긴다.
실제 사례도 있다. 차량 배터리 상태를 분석해 잔존가치를 예측하는 서드파티 서비스들이 제조사 앱을 통해 데이터 접근 권한을 얻어 왔지만, 일부 제조사는 보안 문제를 이유로 이러한 접근을 차단했다. 결과적으로 차량 데이터는 여전히 제조사 중심 구조 안에 머물러 있고, 운전자는 자신의 차량이 만들어내는 정보가 어떻게 활용되는지 명확히 알기 어려운 상황이다. 차는 개인이 소유하지만, 데이터는 그렇지 않은 구조가 굳어져 온 셈이다.
통제권을 되돌리려는 시도, DIMO


이런 문제의식 속에서 등장한 개념이 DIMO(Digital Infrastructure for Moving Objects)다. DIMO는 차량 데이터를 무분별하게 개방하자는 주장이 아니다. 핵심은 데이터의 통제권을 운전자에게 되돌리는 것이다.
이를 이해하기 위해 DIMO는 인터넷의 초기 구조에 비유된다. 우리가 이메일을 보내고 웹페이지를 볼 수 있는 이유는, HTTP와 같은 통신 규칙이 데이터를 어떻게 보내고, 받고, 해석할지를 정해 놓았기 때문이다. 이 규칙 덕분에 특정 회사의 서버나 프로그램에 종속되지 않고도 전 세계 어디서나 동일한 방식으로 정보가 오간다.
스마트폰도 마찬가지다. 앱은 운영체제가 정해 놓은 API 규칙을 통해 카메라, 마이크, 위치 정보에 접근한다. 중요한 점은 그 접근 여부를 사용자가 직접 허용하거나 차단할 수 있다는 것이다. 앱은 권한을 요청할 수 있을 뿐, 강제로 데이터를 가져갈 수는 없다.
DIMO가 하려는 일은 이 두 구조를 차량 데이터에 적용하는 것이다. 즉, 차량 데이터판 HTTP와 스마트폰 API를 만들고, 그 위에 블록체인을 ‘공증 장치’로 얹는 방식이다. 누가 어떤 데이터에 접근했는지, 언제 허용됐고 언제 철회됐는지를 블록체인에 기록해 전 세계 어디서든 검증 가능하게 만든다. 블록체인은 차량을 제어하지도, 주행에 개입하지도 않는다.
이 구조에서는 제조사도 데이터를 독점할 필요가 없고, 운전자 역시 무분별한 데이터 개방을 감수할 이유가 없다. 운전자는 스마트폰에서 앱 권한을 관리하듯 차량 데이터의 범위와 대상을 선택하고, 그 대가로 더 정확한 서비스나 혜택을 받을 수 있다. DIMO는 차량 데이터가 오가는 질서를 다시 설계하겠다는 시도인 것이다.

자동차 데이터는 이미 보험료와 금융 조건, 차량 가치 평가에 영향을 미치고 있으며, 앞으로 그 중요성은 더 커질 가능성이 높다. 문제는 그 과정에서 운전자가 얼마나 많은 선택권을 갖고 있는지다.
스마트해진 자동차 시대, 진짜 질문은 “내 차가 만들어내는 데이터의 주인은 누구인가, 그리고 그 데이터로 만들어지는 가치 속에서 운전자는 어떤 권리를 가져야 하는가”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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