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보다 무서운 렉카 요금
순식간에 끌려간 차, 남은 건 청구서?
강제 견인, 합법일까 불법일까…
교통사고 현장에서 차량을 이동시키는 과정은 운전자에게 가장 긴장되는 순간 중 하나다. 사고 직후 차량이 도로에 방치될 경우 2차 피해로 이어질 수 있어 신속한 조치가 필요하다. 이때 선택지는 크게 두 가지다. 보험회사를 통해 견인 서비스를 요청하거나, 현장에 먼저 도착하는 사설 견인차량의 도움을 받는 방법이다. 두 경우 모두 전화 한 통이면 사고 지점까지 견인차가 출동한다. 그러나 문제는 그 이후다. 안전지대 대피와 다른 차량의 피해 방지를 위한 안전바 설치, 우회 유도 등 기본적인 절차가 진행되는 가운데 일부 사설 업체의 과다 청구가 사회적 문제로 떠오르고 있다.

실제 사례를 보면 불과 2~3km만 이동했음에도 20만 원이 넘는 견인료를 요구하는 경우가 적지 않다. 피해 운전자는 사고로 인한 충격에 더해 예상치 못한 비용 부담까지 떠안게 된다. 특히 사고 현장에서 긴급 상황을 이유로 견인을 서두르는 과정에서 견인료에 대한 명확한 설명을 듣지 못한 채 동의하는 경우가 많다. 이 때문에 소비자 피해가 반복되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정부는 이러한 문제를 개선하기 위해 제도적 장치를 마련했다. 2020년 7월 1일부터 사설 견인차를 이용할 경우 반드시 총 요금과 세부 내역이 적힌 ‘구난 동의서’에 서명해야만 견인이 가능하도록 규정했다. 이는 운전자가 사전에 비용을 확인하고 동의할 수 있도록 한 장치다. 동의서에는 기본 요금, 거리별 추가 요금, 부가 서비스 비용 등이 구체적으로 명시돼야 한다. 이를 통해 불투명한 요금 청구를 막고 소비자 권익을 보호하겠다는 취지다.
동의 없는 견인은 불법

또한 렉카차는 법적으로 ‘구난형 특수자동차’에 포함된다. 따라서 사고 차량 소유자가 의사를 표현할 수 없는 경우나 경찰 공무원이 이동을 명령한 경우에만 강제 견인이 가능하다. 즉 운전자가 의식이 있는 상황에서 동의 없이 차량을 끌고 가는 행위는 불법이다. 그러나 현장에서는 여전히 운전자에게 충분한 설명 없이 견인을 진행하거나, 경찰의 개입이 없는 상태에서 강제로 차량을 이동시키는 사례가 보고되고 있다.
전문가들은 운전자 스스로도 권리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한다. 사고 직후 당황스러운 상황에서도 견인차량이 도착하면 반드시 요금 내역을 확인하고 동의서를 요구해야 한다는 것이다. 또한 보험회사를 통한 견인 서비스를 우선적으로 활용하는 것이 안전하다고 조언한다. 보험사 견인 서비스는 일정 거리까지 무료로 제공되는 경우가 많아 불필요한 비용을 줄일 수 있다.
과도한 비용 청구 막으려면

경찰 관계자는 “사설 견인차의 과다 청구 문제는 꾸준히 제기돼 왔으며, 제도 개선 이후에도 현장 단속과 홍보가 병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운전자들이 제도를 잘 알지 못해 피해를 보는 경우가 많다”며 “사고 발생 시 반드시 동의서를 확인하고, 불법 행위가 의심되면 즉시 신고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는 이미 심리적 충격을 받은 상태다. 이때 과도한 비용 청구까지 겹치면 피해는 배가된다. 제도적 장치가 마련됐음에도 불구하고 현장에서 제대로 지켜지지 않는다면 실효성은 떨어질 수밖에 없다. 따라서 제도 홍보와 함께 현장 단속을 강화하고, 위반 업체에 대한 엄정한 처벌이 뒤따라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내 권리를 지키는 선택

결국 문제 해결의 핵심은 투명성과 신뢰다. 운전자가 안심하고 견인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적 보완과 현장 관리가 철저히 이뤄져야 한다. 동시에 운전자 스스로도 권리를 인식하고 적극적으로 대응하는 자세가 필요하다. 사고는 누구에게나 예기치 않게 찾아올 수 있다. 그 순간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서는 제도와 개인의 준비가 함께 맞물려야 한다.
이번 제도 개선은 소비자 권익 보호를 위한 중요한 첫걸음이다. 그러나 현장에서 제도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다면 의미는 반감된다. 견인 서비스는 단순히 차량을 이동시키는 행위가 아니라, 사고로 인한 2차 피해를 막고 운전자의 안전을 지키는 중요한 절차다. 따라서 투명한 요금 체계와 합리적인 서비스 제공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사고 현장에서 운전자가 가장 먼저 떠올려야 할 것은 내 권리다. 견인차가 도착했을 때 동의서 확인과 요금 내역 검증은 반드시 거쳐야 하는 과정이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피해를 예방하고, 제도가 제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은 결국 운전자와 사회 모두의 책임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