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서 번지는 ‘테슬라 기피’ 여론
일론 머스크 논란이 소비 선택을 흔들었다
정치 리스크가 전기차 시장 흐름 바꾼다
전기차 시장이 빠르게 성장하면서 소비자 선택 기준도 복잡해지고 있다. 가격과 성능 중심이던 초기 시장과 달리, 최근에는 기업의 평판과 정치적 행보까지 구매 의사에 영향을 미치는 흐름이 뚜렷하다.

글로벌 브랜드에 대한 호감도와 신뢰가 전기차 선택의 조건으로 작용하고 있으며, 이는 기존 자동차 시장에서는 드물게 나타났던 변화다. 이런 가운데 세계 주요국 전기차 소유자들을 대상으로 한 국제 설문에서 특정 브랜드가 압도적으로 기피 대상에 올랐고, 그 주인공은 테슬라였다.
테슬라, 글로벌 시장에서 가장 큰 기피 대상

전기차 운전자 단체들의 국제 네트워크인 ‘글로벌 전기차 연합’(GEVA)은 최근 30개국 2만6천여 명을 대상으로 소비자 인식을 조사했다. 이번 설문은 “정치적 이유로 구매를 피하고 싶은 자동차 브랜드가 있는가”라는 질문을 포함하고 있으며, 응답자의 53%가 “그렇다”고 답했다. 브랜드 기피가 절반을 넘는다는 점만으로도 시장 분위기가 달라졌음을 보여주지만, 더 큰 특징은 응답자들이 언급한 브랜드 중 테슬라가 압도적으로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는 사실이다. 자유서술식 문항에서 42%가 테슬라를 기피 브랜드로 적었고, 중국산 전기차를 언급한 비율(12%)보다 훨씬 높은 수치였다.
국가별로도 테슬라 향한 반감은 뚜렷한 차이를 보였다. 미국에서는 응답자의 52%가 테슬라를 피하겠다고 답해 자국 브랜드에 대한 거부감이 상당한 수준으로 나타났다. 독일은 51%, 호주·뉴질랜드는 45%, 전기차 보급률이 세계 최고 수준인 노르웨이도 43%가 테슬라를 구매하지 않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반면 인도는 2%에 불과해 지역별 소비 문화와 정치 환경에 따라 브랜드 이미지의 영향력이 크게 달라짐을 보여준다. GEVA 운영위원 엘렌 히에프는 “전기차 선택지 자체가 제한된 국가에서는 브랜드 이미지보다 가격과 접근성이 더 중요하게 작용한다”고 설명했다.
정치적 논란이 테슬라 이미지를 흔들다

테슬라 기피 현상이 커진 배경에는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의 정치적 행보가 크게 작용했다는 분석이 제기된다. 그는 올해 초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의 측근 역할을 맡으며 미국 내 정치적 논란의 중심에 섰고, 유럽에서는 극우 세력과 가까운 입장을 보였다는 이유로 비판을 받아왔다. 전기차 소비자층은 친환경, 사회적 가치, 다양성을 중시하는 비율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어, 이러한 정치적 메시지가 브랜드 이미지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 것으로 해석된다. 특히 미국과 유럽에서 테슬라 불매 운동이 빠르게 확산된 것도 이러한 맥락과 맞닿아 있다.

이번 조사에서 중국산 전기차를 회피한다는 응답도 존재했지만, 그 비율은 테슬라와 비교하면 상대적으로 낮았다. 리투아니아의 경우 43%가 중국산 전기차를 기피한다고 답했으나, 이탈리아와 폴란드는 2%에 불과했다. 국가별 경제 상황과 브랜드 접근성, 가격 경쟁력에 따라 인식 차이가 큰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특정 기업 하나가 세계 여러 국가에서 동시에 높은 기피율을 보이는 경우는 드물며, 이런 점을 고려하면 테슬라가 글로벌 시장에서 브랜드 리스크를 가장 크게 안고 있는 기업이라는 점은 명확하다.
테슬라의 최우선 과제는 신뢰 회복

전문가들은 이번 결과가 단기적 현상에 그치지 않을 수 있다고 전망한다. 전기차 선택지가 꾸준히 확대되는 상황에서, 소비자는 대체재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테슬라의 시장 점유율이 이미 일부 지역에서 하락세에 접어든 점도 영향을 줄 수 있다. 실제로 유럽에서는 BMW, 폭스바겐, 폴스타 등 경쟁 브랜드가 빠르게 점유율을 늘리고 있으며, 중국 브랜드 역시 가격 경쟁력을 앞세워 시장을 적극적으로 공략하고 있다.
테슬라가 당면한 과제는 브랜드에 대한 신뢰 회복이다. 머스크 개인의 정치적 발언과 기업의 전략이 분리되어야 한다는 지적도 꾸준하다. 글로벌 시장에서 다양한 소비자층을 대상으로 사업을 확장하려면, 브랜드 이미지 관리와 지역별 커뮤니케이션 전략이 필요하다는 의견이 나온다. 전기차 시장이 급속히 전환되는 시점에서 기업이 사회적 가치와 소비자 신뢰를 어떻게 유지하느냐는 경쟁력의 핵심으로 이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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