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 멈춘 중국 전기차, 내수 한계에 성장 둔화
EU, 저가 전기차 규제 완화로 역공 나선다
산업 효율화·현지화로 돌파구 모색
세계 전기차 시장을 주도하던 중국의 성장세가 한계에 부딪히고 있다. 한때 폭발적인 판매 증가와 정부 보조금에 힘입어 글로벌 1위를 지켜왔지만, 최근 들어 내수 포화와 해외 규제 강화가 겹치며 성장 동력이 둔화되고 있다. 전기차 산업이 안정기에 접어들면서, 중국 브랜드의 전략이 한계에 부딪힌 것이다.

치열해진 가격 전쟁에 흔들리는 전기차 시장
중국 자동차공업협회에 따르면 올해 1~9월 전기차 판매량은 전년 대비 32% 증가했지만, 증가율은 지난해 같은 기간(83%)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했다. 주요 도시는 이미 차량 보급률이 30%를 넘어서며, 추가 수요 확대 여력이 줄어들고 있다. 내연기관차에서 전기차로의 교체 수요가 일단락된 가운데, 정부의 구매 보조금이 종료되면서 시장 성장세가 한풀 꺾인 것이다.

이에 따라 업체 간 가격 경쟁은 더욱 치열해졌다. BYD, 샤오펑, 네타, 리샹 등 주요 브랜드가 연이어 가격 인하에 나서며 점유율 방어에 집중하고 있다. 그러나 단기 할인 경쟁은 수익성 악화로 이어지고 있다. BYD의 3분기 영업이익률은 4%대로 떨어졌고, 중소 브랜드 상당수는 원가 부담을 감당하지 못하고 시장에서 철수하고 있다.
유럽, 저가 전기차 규격 신설로 중국 견제 강화
이 같은 상황에서 유럽과 미국의 규제 강화는 중국 전기차 산업에 또 다른 압박으로 작용하고 있다. 10일 외신 등에 따르면 EU 집행위원회는 다음달 10일 ‘경제적 소형 전기차’ 규격 신설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모든 승용차에 일괄 적용되던 안전·기술 기준을 소형 전기차에 한해 완화하는 내용으로, 유럽 메이커들이 1만5000~2만유로(약 2500만~3300만 원)대의 저가 전기차를 보다 손쉽게 생산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법안이다.

이는 사실상 중국산 저가 전기차의 시장 장악에 대응하기 위한 조치로 해석된다. 차체 크기와 무관하게 적용되는 기존 안전 기준 탓에 제조원가가 중국보다 훨씬 높았던 유럽 완성차업체들의 현실을 반영한 것이다.
EU는 동시에 ‘2035년 내연기관차 판매 금지’ 정책의 재검토에도 착수했다. 스테판 세주르네 EU 집행위원회 부위원장은 “현재와 같은 흐름이 지속되면 유럽의 연간 자동차 생산이 1300만 대에서 900만 대로 감소할 수 있다”며 정책 유연성을 시사했다. 이 역시 중국 전기차의 공세를 견제하기 위한 대응으로 평가된다. 올 상반기 중국산 전기차의 유럽 판매량은 34만 대를 넘어서며 전년 대비 91% 급증했고, 시장 점유율도 5%를 돌파했다.
공장 가동률 60%… 과잉 경쟁이 불러온 결과
중국 내부에서도 공급 과잉이 심화되고 있다. 한국자동차연구원이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중국 완성차 내수 판매는 2690만 대로, 전체 생산능력(5507만 대)의 절반 수준에 그쳤다. 수출 물량(약 586만 대)을 감안해도 공장 가동률은 60%에 불과하다. 과잉 생산으로 인한 재고 부담이 커지면서, 완성차 제조사들의 가격 경쟁이 더 격화되고 있다.

이처럼 내수 침체와 해외 규제가 동시에 작용하면서, 중국 전기차 산업에 변화의 조짐이 나타나고 있다. 중국 정부는 산업 효율화와 통합을 추진하며 대기업 중심의 재편을 유도하고 있다. 상위 5개 전기차 브랜드의 시장 점유율은 전체의 70%를 넘어섰지만, 중소 브랜드의 점유율은 2년 새 절반 이하로 줄었다.
현지화로 돌파구 모색… 중국 전기차 독주 흔들린다
일부 대형 브랜드는 위기를 돌파하기 위한 ‘현지화 전략’에 나섰다. BYD는 헝가리·포르투갈·태국에 생산거점을 확보해 관세 리스크를 최소화하고 있으며, 지리 산하의 볼보는 유럽 내 조립라인을 활용해 현지 인증을 추진 중이다. CATL 역시 유럽 완성차 기업들과 합작 생산을 확대하며 공급망 분산을 가속화하고 있다.

중국은 여전히 글로벌 전기차 시장의 최대 생산국이지만, 내수 둔화와 유럽의 견제가 겹치면서 독주 체제는 흔들리고 있다. 세계 시장을 압도하던 성장 속도는 점차 완만해지고 있으며, 전문가들은 중국 전기차 산업이 고속 성장기를 마치고 조정 단계에 접어들었다고 평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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