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리 도로 위에 현대차 전기버스가 달린다
관광지 교통난·배출가스 해결의 첫 시동
동남아 전기버스 시장 공략 본격화 신호탄

관광객들로 붐비는 인도네시아 발리가 새로운 변화의 시동을 걸었다. 현대자동차가 발리 전기버스 사업의 최종 공급자로 선정되면서, 섬 전체의 대중교통 시스템이 친환경 전환의 첫발을 내딛게 된 것이다. 이번 공급 차량은 현대차의 중형 전기버스 ‘카운티 일렉트릭’ 10대로, 발리에서 전기버스가 정식으로 대중교통으로 운행되는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현대차는 이번 입찰에서 전기차 품질 경쟁력, 사후 관리(A/S) 능력, 그리고 친환경 공적개발원조(ODA) 사업 경험 등에서 높은 평가를 받으며 최종 낙찰됐다. 작년 인도네시아 수라바야 지역에 카운티 일렉트릭을 공급한 경험이 이번 결과로 이어졌다는 분석이다. ‘발리 e-모빌리티 프로젝트’의 일환으로 추진되는 이번 사업은 발리 교통 인프라 전반의 구조적 전환을 의미한다.
특히 발리는 연간 수천만 명의 관광객이 찾는 국제 관광지다. 차량 정체와 배기가스 문제는 오랫동안 지역 당국의 고민거리였다. 이번 전기버스 도입은 교통 혼잡 완화와 대기질 개선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첫 실험무대로 주목받고 있다.
‘카운티 일렉트릭’, 관광지 한복판을 누비다

현대차가 공급하는 카운티 일렉트릭은 7,710mm 길이의 중형 전기버스로, 최대 29명을 수용할 수 있다. 128kWh 배터리를 탑재해 완충 시 약 250km 주행이 가능하며, 72분 급속충전 시스템을 지원한다. 내연기관 대비 소음과 진동이 현저히 낮아, 관광객이 많은 지역의 교통 환경에 적합하다는 평가다. 또한 저상 설계와 넓은 승하차 공간으로 교통약자 접근성을 강화한 점도 발리 정부가 높게 평가한 부분이다.
이번 사업은 현대차가 인도네시아의 친환경 교통 생태계 구축 전반을 지원하는 구조로 설계돼 있다. 차량 공급 이후에도 유지보수, 운행 데이터 분석, 충전 인프라 구축 컨설팅까지 포함돼 있어, 발리의 지속가능한 교통 시스템 구축에 직접 관여하게 된다.
이 프로젝트는 한국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가 체결한 ‘발리 e-모빌리티 프로젝트’ MOU의 연장선이다. 이후 환경 분야 국제기구인 글로벌녹색성장연구소(GGGI)가 참여해 국제 입찰을 진행했으며, 현대차가 경쟁을 뚫고 최종 선정됐다. 국제협력형 친환경 교통 사업 모델로 평가받는 이유다.

현대차는 이번 공급을 계기로 인도네시아 내 다른 주요 도시로의 전기버스 확대를 추진할 계획이다. 자카르타, 수라바야, 반둥 등 대도시 교통망에도 전기버스 보급을 검토 중이며, 이를 통해 동남아 전기버스 시장 주도권을 강화하겠다는 복안이다.
또한 인도네시아는 현대차에게 단순 수출 대상이 아닌 생산·수출 거점으로서 전략적 가치가 크다. 이미 현지에 완성차 공장과 배터리셀 공장을 운영 중이며, 전기차 ‘아이오닉 5’, ‘코나 EV’ 등을 생산해 동남아 전역으로 공급하고 있다. 이번 발리 전기버스 프로젝트는 그 확장의 상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최근 동남아 시장은 전기버스 수요가 급격히 늘고 있다. 관광산업 중심지마다 탄소중립 정책이 확산되면서, BYD, Yutong 등 중국 브랜드들도 공격적으로 시장을 넓히고 있다. 하지만 인도네시아는 현지화 전략을 강조하는 정부 정책덕분에 현대차와의 협력이 더욱 유리하게 작용하고 있다.
관광의 섬에서 시작된 ‘녹색 시동’

현대차 관계자는 “전 세계 관광객들이 방문하는 발리에 전기버스를 공급하게 돼 뜻깊다”며 “향후 인도네시아 주요 도시의 친환경 대중교통 구축을 계속 지원하겠다”고 말했다. 이는 단순한 수주 성공이 아니라, 한국형 친환경 모빌리티 모델의 해외 확산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다.
이번 발리 전기버스 도입은 단기적으로는 교통 효율 개선, 장기적으로는 인도네시아 전체의 전기차 인프라 생태계 확장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충전소, 정비소, 운행 데이터 시스템까지 연계되면 지역 내 일자리 창출 효과도 기대된다.
결국 발리에서의 첫 전기버스 운행은 현대차에게 ‘지속가능한 이동성’의 실험장이자, 글로벌 브랜드로서의 환경적 책임을 입증하는 무대가 되고 있다. 이제 발리의 도로 위를 달릴 전기버스는 단순한 이동수단이 아니라, 친환경 관광지로 거듭나는 변화의 신호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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