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차, 인도에서 ‘100만대 생산 체제’에 본격 돌입
공장 인수로 현지화 전략 강화, 첫 현지 CEO도 선임
2030년까지 26종 신차 출시, ‘글로벌 2위 시장’ 노린다
인도 푸네 지역에 새롭게 깃발이 꽂혔다. 현대자동차가 GM으로부터 인수한 푸네 공장에서 첫 차량 생산을 시작하며, 인도 시장 공략의 속도를 끌어올렸다. 첫 번째 생산 차종은 현지 맞춤형 SUV ‘신형 베뉴’다. 이는 단순한 신차 출시가 아니라, 현대차가 인도를 글로벌 핵심 축으로 재편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신호탄이다.

현대차의 인도 진출은 ‘시장 중심으로의 이동’이라는 의미를 가진다. 기존 첸나이 1·2공장만으로도 연간 80만 대 이상을 생산해왔던 현대차는, 이번 푸네 공장 가동으로 생산능력을 100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수 있게 됐다. 이로써 인도는 미국에 이어 현대차의 두 번째 대형 생산·판매 허브로 떠올랐다.
이번 프로젝트를 지휘한 김언수 현대차 인도권역본부장은 “푸네 공장은 현대차의 미래를 상징하는 공간”이라며 “2030년까지 26개의 신차를 순차적으로 투입하며, 현지 소비자에게 맞춘 새로운 시대를 열겠다”고 말했다. 현대차의 인도 전략이 단발성 이벤트가 아닌 장기 플랜임을 시사한 대목이다.
푸네 공장에서 울린 첫 엔진 소리

푸네 공장은 2023년 현대차가 제너럴모터스(GM)로부터 인수한 시설이다. 현대차는 약 1조 원을 투입해 최신 스마트 제조 시스템을 도입하고, 생산 효율성을 극대화했다. 이 공장에서 첫 생산된 차량이 바로 ‘디 올 뉴 베뉴’다. 신형 베뉴는 인도 시장 환경을 고려해 기존 모델보다 차체가 커지고 실내 공간이 넓어졌으며, 25인치급 듀얼 커브드 파노라믹 디스플레이와 엔비디아 기반 커넥티드 시스템(ccNC)을 탑재했다.
현대차의 인도 전략은 기술과 디자인을 모두 현지화하는 방향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번 신형 베뉴는 인도 시장에서 먼저 공개됐다는 점에서도 상징적이다. 인도는 이미 세계 3위 자동차 시장으로 성장했고, SUV와 콤팩트카 수요가 폭발적으로 늘어나고 있는 지역이다. 현대차는 그 흐름을 정확히 읽어냈다.
푸네 공장의 연간 생산능력은 초기에 25만 대로 설정됐다. 하지만 현대차는 2028년까지 단계적으로 라인업을 확충해 인도 내 총 생산 규모를 100만 대 이상으로 끌어올릴 계획이다. 기아의 아난타푸르 공장 생산량(약 35만 대)까지 합치면, 현대차그룹의 인도 내 연간 생산 능력은 150만 대에 달한다.

이런 공격적인 행보는 ‘글로벌 밸런스 재편’으로 이어질 전망이다. 업계에서는 현대차가 미국·유럽에 집중됐던 수출 비중을 인도와 중동, 동남아로 분산하려는 의도로 보고 있다. 특히 인도 내 생산 차량이 중동과 아프리카로 수출될 가능성이 높아, 푸네 공장은 현대차의 신흥시장 허브 역할을 할 것으로 평가된다.
현지 반응도 긍정적이다. 타룬 가르그 현대차 인도법인 최고운영책임자(COO)는 “베뉴는 2019년 출시 이후 인도에서 70만 대 이상 팔리며 가장 성공적인 SUV 중 하나였다”며 “이제 신형 베뉴는 글로벌 시장을 위해 인도에서 만들어진다. 이는 현대차그룹 내에서 HMIL(현대차 인도법인)의 역할이 확대되고 있음을 의미한다”고 강조했다.
현지인 CEO의 등장, ‘진짜 현지화’ 시작

현대차는 최근 인도법인 수장을 교체했다. 내년 1월부터 타룬 가르그 COO가 인도법인 최고경영자(CEO)로 승진한다. 그는 현대차 인도법인 29년 역사상 첫 인도인 대표다. 현지 출신 CEO 선임은 단순한 인사 이상의 의미를 지닌다. 인도 시장의 소비자 문화와 정책, 산업 생태계를 가장 잘 이해한 인물이 전략의 중심에 섰다는 점에서, 진정한 ‘현지화 경영’이 시작됐다는 평가다.
가르그 CEO 내정자는 “현대차는 인도 경제의 한 축으로 성장하고 있다”며 “고객 중심의 브랜드로서 인도인들이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제품을 지속적으로 선보이겠다”고 밝혔다. 현대차가 현지인 경영진을 내세운 것은 단순한 이미지 제고가 아니라 지속가능한 성장 구조를 만들겠다는 의지의 표현이다.
이와 함께 현대차는 향후 5년간 인도 시장 투자 규모를 대폭 확대할 계획이다. 호세 무뇨스 현대차 글로벌 CEO는 지난달 인도에서 열린 인베스터 데이에서 “2030년까지 50억 달러(약 7조 2000억 원)를 투자할 것”이라고 발표했다. 이는 인도를 현대차의 ‘미래성장 제2거점’으로 공식화한 선언이었다.
현대차는 인도를 미래 모빌리티 기술의 테스트베드이자 전략적 소비시장으로 보고 있다. 인도 정부의 친환경차 전환 정책과 전기차 보조금 정책도 긍정적 요인으로 작용한다. 현대차는 2026년부터 인도 현지에서 전기 SUV 생산을 본격화할 예정이다.
인도, 현대차의 두 번째 심장

현대차의 인도 행보는 글로벌 자동차 지형 변화의 단면을 보여준다. 기존 선진국 중심의 판매 전략에서 벗어나, 인도·동남아·중동으로 확장되는 ‘신성장 축’으로 중심이 이동하고 있는 것이다. 인도는 높은 인구 밀도와 젊은 소비층, 빠른 디지털화로 자동차 시장의 잠재력이 폭발적으로 커지고 있다.
특히 인도 소비자들은 차량 구매 시 디자인·연비·커넥티드 기능을 동시에 고려하는 경향이 강하다. 현대차는 그에 맞춰 기술과 감성의 균형을 맞춘 모델을 잇달아 선보이고 있다. 이번 신형 베뉴가 대표적이다.
인도는 이제 현대차에게 글로벌 전략 지도에서 미국 다음으로 큰 원이 그려진 곳이다. 푸네에서 울린 첫 엔진 소리는 현대차의 새로운 시대를 알리는 신호와도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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