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고 위험 일반 운전자의 5배
공포의 10개월
다가오는 300만 치매 인구
과거 서울 목동에서 70대 운전자가 차량을 돌진해 1명이 숨지고 12명이 다치는 사고가 발생했다. 경찰 조사 결과, 가해 운전자는 치매 진단받은 상태였으며 사고 당시에도 운전면허가 유효한 것으로 확인됐다. 치매는 인지 능력과 판단력, 감각 기능이 저하되는 질환으로, 운전 시 사고 위험이 일반 고령자보다 2~5배 높다는 연구 결과도 존재한다. 그러나 현행 제도상 치매 판정받더라도 면허가 즉시 취소되는 것은 아니며, 진단서 제출과 적성검사 심의 등 복잡한 절차를 거쳐야 해 실제 면허 취소까지 최대 10개월이 걸릴 수 있다. 이처럼 치매 운전자가 상당 기간 운전을 지속할 수 있는 구조적 허점은 도로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으로 지적되며, 제도 개선 필요성이 다시금 제기되고 있다.
10개월의 공백, 그 사이 누가 책임지나

현행 제도에 따르면 운전면허 소지자가 치매로 장기 요양 등급을 받거나 6개월 이상 입원 치료를 받으면 ‘운전면허 적성 판정 대상자’로 지정된다. 이후 경찰청은 해당 사실을 통보받고 운전자의 운전 능력을 재평가하는 절차에 들어간다. 이 과정에서 운전자는 1차와 2차에 걸쳐 진단서를 제출해야 하며, 운전 적성검사 위원회의 심의를 거쳐야 한다. 이 모든 절차를 완료하는 데 평균적으로 9개월이 소요된다. 만약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을 경우에는 1개월 후 면허 취소 처분이 내려지지만, 결과적으로 치매 판정부터 면허가 실제로 취소되기까지 최대 10개월이 걸리는 셈이다.
도로 위의 시한폭탄, 왜 멈추지 못하나

문제는 치매 판정받은 운전자가 면허를 유지한 채 상당 기간 운전을 지속할 수 있다는 점이다. 지난해 기준 운전면허가 있는 치매 판정자는 1만 7천여 명에 달했지만, 이 중 도로교통공단에 진단서를 제출하겠다고 신청한 사람은 58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인원은 진단서 제출 요청을 받은 뒤에도 응하지 않으면 2차 고지를 거쳐 최종적으로 1개월 후 면허가 취소된다. 즉, 신청하지 않은 경우에도 면허는 일정 기간 유지되며, 최대 10개월까지 운전할 수 있다. 이처럼 제도는 존재하지만, 실효성이 떨어지는 구조는 도로 위 안전을 위협하는 요인이 된다. 특히 고령화가 가속화되면서 치매 인구는 급증하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국내 치매 인구는 지난해 100만 명을 넘어섰고, 2050년에는 300만 명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고령 운전자 증가와 맞물려 치매 운전자의 사고 위험은 앞으로 더 커질 수밖에 없다.
미국/일본의 고령 운전자 면허 관리

해외 주요국들은 고령 운전자에 대한 면허 관리에서 더 엄격하고 세분된 제도를 운용하고 있다. 미국 캘리포니아주는 70세 이상 운전자에게 운전면허 재심사를 한 뒤, 운전 능력에 따라 특정 지역 내에서만 운전할 수 있는 제한 면허를 발급한다. 일리노이주는 연령대별로 면허 갱신 주기를 차등 적용하며, 갱신 시험에서 부적격 판정을 받으면 운전 시간을 제한한 한정면허를 발급한다. 일본은 70세 이상 운전자가 면허를 갱신할 때 고령자 운전 강습을 의무화하고, 75세 이상은 인지기능검사를 추가로 받아야 한다. 2022년부터는 비상 제동장치 등 안전장치가 설치된 차량에만 운전이 가능한 한정면허 제도를 도입해 시행 중이다. 이처럼 고령 운전자의 사고 위험을 줄이기 위한 제도적 장치가 마련된 해외 사례는 국내 제도 개선 논의에 참고가 될 수 있다.
사고 뒤에 남는 제도적 허점

경찰청은 운전 적성검사 주기를 기존 5년에서 3년으로 단축하고, 고령 운전자에 대한 관리 강화를 추진 중이다. 운전 능력 평가에 VR 기반 시스템을 도입하는 방안도 검토되고 있다. 하지만 제도 개선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는 지적이 나온다. 치매 진단 이후 운전 여부를 빠르게 판단할 수 있는 체계와 진단서 제출을 강제할 수 있는 법적 장치가 병행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특히 치매 진단받은 운전자가 진단서를 제출하지 않더라도 최대 1개월간 운전이 가능한 점은 제도적 공백으로 지적된다. 면허 취소까지의 기간을 단축하고, 진단서 제출을 의무화하는 등 보다 강력한 조치가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치매는 개인의 질병이지만, 운전이라는 행위가 사회적 위험으로 연결될 때는 공공의 문제로 전환된다. 고령화 사회에서 운전자의 자유와 안전 사이의 균형을 어떻게 잡을 것인지, 제도는 그 해답을 제시해야 한다. 면허 취소까지의 시간을 단축하고, 실효성 있는 관리 체계를 마련하는 것이야말로 치매 환자인 가해자와 사고 피해자가 생기는 불상사를 막는 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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