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동화 시대, 감성적 공백을 채우다
소리, 빛, 감정으로 운전자와 소통
헤리티지 유지와 기술적 차별화의 결합
자동차를 단순한 이동 수단이 아닌 ‘파트너’로 여기는 운전자들에게는 성능이나 효율성 외에도 차량이 주는 ‘감성’이 매우 중요한 요소다. 하지만 저배기량 엔진의 확산과 전동화 시대로의 급격한 전환은 내연기관차 특유의 강력한 엔진음, 배기음, 그리고 짜릿한 진동 같은 전통적인 감성을 희석하고 있다. 이는 특히 운전의 재미와 몰입을 중시하는 자동차 애호가들에게 큰 아쉬움을 남긴다.

이에 글로벌 자동차 브랜드들은 브랜드 정체성과 헤리티지를 유지하고 기술적 차별화를 꾀하기 위해, 인간의 감각과 감정에 직접적으로 작용하는 다양한 ‘감성 전략’ 연구를 시도하고 있다. 시각, 청각을 넘어 운전자의 감정까지 읽어내는 이 기술들은 딱딱한 기계에 인간적인 감성을 불어넣어, 운전자와 차량의 감정적 연결을 강화함으로써 ‘소유하고 싶은 자동차‘의 본질에 다가가려 한다. 다음은 운전자들을 미소 짓게 만들고 몰입감을 극대화하는 혁신적인 감성 전략 5가지다.
1. BMW (IconicSounds Electric)

BMW는 전기차 시대에 청각적 몰입감을 유지하기 위해 세계적인 영화 음악 작곡가 한스 짐머(Hans Zimmer)와 협력하여 전기차 전용 주행 사운드를 개발했다. 이른바 ‘IconicSounds Electric’이라 불리는 이 기술은 단순한 소음 제거를 넘어, 가속 페달 조작에 즉각적으로 반응하는 풍부하고 미래지향적인 사운드스케이프(soundscape)를 제공한다. 운전자는 주행 모드에 따라 다양한 소리 테마를 선택할 수 있으며, 이 사운드는 마치 우주선이 가속하는 듯한 느낌을 주어 전기차에서도 운전의 즐거움을 청각적으로 극대화한다.
2. 현대 N (N Active Sound Plus)

고성능 브랜드 현대 N은 내연기관 N 모델의 상징적인 감성을 전기차에 이식하는 데 집중했다. 아이오닉 5 N 등에 탑재된 ‘N 액티브 사운드 플러스‘는 차량 내외부 스피커를 통해 가상 엔진음 및 배기음을 제공한다. 운전자는 실제 내연기관 N 모델의 짜릿한 음향(Ignition), 미래지향적인 전기차 음향(Evolution), 심지어 제트기 음향(Supersonic) 등 세 가지 테마를 선택할 수 있다. 특히 변속 시 ‘팝콘’ 터지는 소리까지 구현하여 고성능 주행의 몰입도를 높이며, 이는 운전의 재미를 기술로써 적극적으로 보존하려는 현대차의 의지를 보여준다.
3. 기아 (READ 시스템)

기아는 인공지능(AI) 기반의 감정 인식 기술을 활용한 ‘READ(Real-time Emotion Adaptive Driving)‘ 시스템을 CES에서 선보였다. 이 시스템은 운전자의 표정, 심박수 등을 센서로 파악해 실시간으로 감정 상태를 분석한다. 운전자의 감정이 불안하거나 슬플 경우, 차량은 이에 맞춰 실내조명 색상, 음악 장르, 공조 시스템 등을 자동으로 조절한다. 이 기술은 차량이 단순한 기계가 아닌 운전자의 감정을 공유하고 반응하는 동반자로 진화하며, 감성적인 유대감을 형성하는 데 중점을 둔다.
4. 메르세데스-벤츠 (앰비언트 라이트 감정 인식)

메르세데스-벤츠 역시 운전자와의 감정적 교류를 시도한다. 신형 CLA 모델 등에 탑재될 이 기술은 차량 내 어시스턴트가 운전자의 목소리 톤과 어조만으로 감정을 인식할 수 있도록 설계되었다. 만약 운전자가 분노나 슬픔을 나타내는 어조로 말하면, 이에 맞춰 실내 앰비언트 라이트의 색상을 주황색이나 빨간색 등으로 변경한다. 이는 차량이 운전자의 기분을 시각적으로 반영함으로써 심리적인 안정감을 주거나, 상황을 인지하고 소통하려는 시도로 분석된다.
5. 포르쉐 (‘터널 모드’ 특허)

포르쉐는 최근 ‘터널 모드(Tunnel Mode)’ 특허를 출원하며 운전의 ‘순간적인 즐거움’을 기술적으로 포착하려 했다. 이 특허는 차량이 GPS와 카메라를 통해 터널 진입을 자동으로 감지하면, 운전자의 조작 없이도 창문과 선루프를 자동으로 개방하고, 액티브 배기 밸브를 열어 우렁찬 배기음이 터널 벽에 반사되어 실내로 유입되도록 한다. 심지어 자동으로 저단 변속하여 RPM을 높여 엔진음을 증폭시킨다. 터널을 빠져나오면 모든 설정이 자동으로 복구되는 이 기술은 운전자를 미소 짓게 만드는 짜릿한 감성 경험을 극대화할 전망이다.

이러한 브랜드들의 감성 전략은 전동화 시대에 자동차가 나아가야 할 방향을 명확하게 제시한다. 배터리 용량이나 모터 출력 등 딱딱한 성능 지표만으로는 차별화가 어려워지는 환경에서, ‘어떤 경험을 제공하는가?’라는 감성적 요소는 가장 중요한 경쟁 우위가 된다.
포르쉐, BMW, 현대차, 기아, 벤츠 등이 보여주듯, 감성 기술 연구는 단순히 기술 과시가 아닌 ‘운전하고 싶은 즐거움’이라는 자동차 본질의 가치를 지키기 위한 필수적인 투자다. 이들은 인공지능, 사운드 디자인, 조명 기술을 결합하여 경계가 모호해지는 자동차 시장에서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려는 현명한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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