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영화] ‘꿈꾸던 모험’ 평점 3.7점의 반전…여성 고고학자, 마피아를 쫓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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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묵하는 국경도시, 그 이면에 숨겨진 폭력의 연대기
자동차 도난 사고, 옛 지인과의 우연한 조우, 그리고 마피아의 은밀한 거래.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감독의 신작 ‘꿈꾸던 모험’은 도입부부터 관객의 예측을 철저히 배반하며 서사의 방향성을 숨긴다. 짙은 범죄의 향기가 ‘누아르’ 장르의 문법을 예고하지만, 무대가 되는 불가리아의 국경도시 ‘스빌렌그라드’는 기이할 정도로 적막하다.
고고학자인 주인공 ‘베스카’(야나 라데바 분)가 머무는 유물 발굴 현장 너머로는 광활하고 메마른 고원이 펼쳐진다. 빛조차 스며들지 않는 칠흑 같은 밤의 마을은 당장이라도 파국이 닥칠 듯한 긴장감을 자아낸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발굴 현장과 구도심을 거침없이 활보하는 ‘베스카’의 눈빛에는 일말의 공포도 존재하지 않는다. 노골적인 혐오 발언을 일삼는 남성들의 무리 속에서도 그는 결코 위축되지 않는 단단함을 과시한다.
남성 중심 서사를 전복한 여성 고고학자의 발굴
과거의 동료 ‘사이드’(슐레이만 레티포프 분)와의 우연한 재회는 잠들어 있던 시간의 지층을 걷어내는 기폭제가 된다. ‘사이드’가 신흥 마피아 세력과의 의심스러운 거래 직후 증발하듯 사라지자, 그를 추적하는 ‘베스카’의 발걸음은 1990년대 해당 지역을 장악했던 폭력과 범죄의 잔해를 필연적으로 들추어낸다.
작품 전반에 무심하게 흩뿌려진 혐오적 대사들은 과거의 야만성이 여성들에게 얼마나 가혹한 폭력으로 작용했는지를 방증한다.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감독은 현지 리서치 당시 “철저한 남성들의 시대였으며, 결코 여성을 위한 시공간은 없었다”는 증언을 수없이 채집했다고 밝혔다.
그러나 ‘베스카’는 폭력의 시대를 관통했음에도 과거의 트라우마에 매몰되지 않는다. 그는 위협이 도사리는 사각지대에서도 주체적으로 목적지를 설정하고, 타인에게 기꺼이 구원의 손길을 건넨다. 이는 남성 영웅 서사에 빚을 져온 기존의 ‘서부극’과 ‘누아르’의 낡은 관습을 완벽하게 전복시키는 지점이다. ‘꿈꾸던 모험’이 범죄극의 외피를 두르고도 진부한 클리셰를 비껴가는 핵심적인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다.
5년의 집요한 추적, 평단이 열광한 칸의 마스터피스
주인공의 직업이 ‘고고학자’라는 설정은 극의 미장센과 완벽한 앙상블을 이룬다. ‘베스카’가 지층 속 유물을 발굴하듯, 평온해 보이는 국경도시의 이면에 은폐된 추악한 진실을 하나씩 파헤치기 때문이다. 불가리아, 튀르키예, 그리스 3국의 경계가 교차하는 ‘스빌렌그라드’는 단순한 배경을 넘어 그 자체로 생동하는 또 하나의 주인공이다.
카메라는 세계 최대 규모의 붐비는 국경검문소를 조명하는 대신, 고속도로 개통 이후 방치된 구도와 쇠락한 호텔, 스산한 밤의 술집 등 소외된 주변부를 집요하게 응시한다. ‘발레스카 그리제바흐’ 감독은 장장 5년에 걸친 로케이션 헌팅 끝에, 실제 여성 고고학자가 지휘하는 발굴팀과 조우하며 본 작품의 뼈대를 완성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러한 치밀한 프로덕션을 거친 ‘꿈꾸던 모험’은 제79회 ‘칸국제영화제’ 경쟁 부문에서 심사위원상을 거머쥐며 전 세계 평단을 매료시켰다. 특히 미국 권위의 영화 매체 ‘필름 코멘트’가 산정한 경쟁작 비평가 평점에서 평균 ‘3.7점’이라는 압도적 수치로 1위를 석권하며 그 작품성을 입증했다.
오는 23일 개봉. 러닝타임 163분. 15세 이상 관람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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