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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리스토퍼 놀란이 들려주는 ‘잼얘’이자 ‘반전 영화’, ‘오디세이’ 씨네플레이 기자들의 감상은

씨네플레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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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오디세이'[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영화 ‘오디세이'[유니버설 픽쳐스 제공. 재판매 및 DB금지]

미의 흥행 바람이 국내까지 이어질 것으로 보인다. 8월 5일 개봉한 〈오디세이〉는 개봉 하루 만에 29만 명 관객을 모아 흥행의 돛을 올렸다. 크리스토퍼 놀란이 연출하고 맷 데이먼, 톰 홀랜드, 앤 해서웨이, 로버트 패틴슨, 젠데이아, 샤를리즈 테론 등이 출연한 영화는 그리스의 대서사시 「오디세이아」를 스크린으로 옮겼다.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의 전쟁이 연합군의 승리로 끝난 후, 고향 이타카로 돌아가려는 오디세우스 왕(맷 데이먼)이 겪은 기이한 여정을 담았다. 이미 북미 관객들과 발빠른 국내 관객들이 호평을 남긴 〈오디세이〉, 씨네플레이 기자들은 어떻게 봤는지 그 감상을 공유한다.

〈오디세이〉
〈오디세이〉

크리스토퍼 놀란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이제 새삼스러울 것도 없지만, 크리스토퍼 놀란의 필모그래피 전체를 아우르는 테마는 ‘귀향’이다. 〈인셉션〉(2010), 〈인터스텔라〉(2014), 〈덩케르크〉(2017) 등 그의 인물들은 언제나 ‘집으로 가는 길’에 나섰다. 그의 존재를 본격적으로 알린 영화 〈메멘토〉(2001)도 시간을 거꾸로 흘려보내고, 기억을 잃은 주인공의 시선을 따라가다 보면 결국 돌고 돌아 첫 장면으로 간다. 그에 대한 종지부를 찍으려는 심산인 걸까. 이번에는 그 테마의 영원한 고전인 호메로스의 「오디세이아」의 세계로 들어가, 이 거대한 귀향의 서사가 왜 3천 년 넘게 사랑받는 이야기인지 증명한다. 그를 위해 크리스토퍼 놀란이 택한 방식은, 신화 속 영웅들을 세속적 감정과 대의 사이에서 번민하는 평범한 사람의 그것과 다르지 않게끔 묘사하는 친숙한 화법이다. 지혜와 전략의 여신 아테나(젠데이아 콜먼), 오디세우스를 영원히 붙잡아두려 하는 바다의 여신 칼립소(샤를리즈 테론), 섬을 찾는 이들을 짐승으로 만들어버리는 키르케(사만다 모튼), 트로이 목마를 들이게 한 병사 시논(엘리엇 페이지), 그리고 외눈 거인 폴리페무스 등 원작을 몰라도 전혀 상관없을 만큼 친절하게 구전동화를 들려주듯 이끈다. 그럼 왜 〈오디세이〉일까, 귀향의 가장 큰 고통은 바로 전쟁에서 기인하기 때문이다. 영화에서 안티노오스(로버트 패틴슨)가 최고의 빌런으로 급부상하는 이유가 거기 있다. 더불어 〈오디세이〉가 얘기하는 문명의 파괴와 지금의 미국-이란 전쟁이 겹쳐보이는 것은 지나친 해석일까. 크리스토퍼 놀란은 진심어린 반전(反戰) 영화를 만들었다. 혹은 크리스토퍼 놀란의 ‘그대들은 어떻게 살 것인가’.

PS. “난 이타카에서 온 그리스인이요!”라는 대사를 버젓이 영어로 하는 할리우드 영화에서, 예고편 공개와 더불어 확산된 헬레네 역 루피타 뇽오, 시논 역 엘리엇 페이지 캐스팅 논란은 아무런 의미도 없었다.

주성철

〈오디세이〉
〈오디세이〉

친절해서 놀란 영화, 요즘 세대를 위한 시대극

〈오펜하이머〉(2023)와 닮았으면서도 정반대에 놓인 영화. 주제 의식은 공유하되, 접근은 완전히 다른 길을 택했다. 〈오펜하이머〉가 놀란 작가주의의 정점에 있는 영화라는 점을 상기해 볼 때, 〈오디세이〉는 참으로 의아하다. 분명 비선형적 구조(오디세우스가 자신의 경험을 칼립소에게 들려주는 이야기 속 이야기)와 병행 서사(오디세우스-텔레마코스의 이야기)를 띠고 있지만, 〈오디세이〉는 이전 놀란 작품들과 비교해 굉장히 ‘친절’한 편이다.

놀란은 이번 작품에서 비선형적 서사 구조의 난해함과 불친절함을 거세하고, 이른바 ‘비놀란파’들에게까지 가닿을 수 있는 영화를 내놨다. 편집은 빠르고, 장르는 어드벤처와 전쟁, 크리처, 호러 등을 넘나들며, ‘클립으로만 따도’ 충분히 재미있는 이야기 속 이야기 시퀀스들이 몰아친다. 시쳇말로 ‘잼얘’(재미있는 이야기)라고나 할까. ‘잼얘’의 ‘잼얘’를 거듭하는 〈오디세이〉의 이야기 속 이야기들은 그 자체로 나름의 완결성을 지녀 어느 구간을 보더라도 몰입감이 상당하다. 가히 요즘 시대에 맞춘, 요즘 세대를 위한, 혹은 요즘 시대와 타협한 시대극이다. 3시간의 러닝타임과 시대극, 그리고 고전 원작이라는 점 등으로 미루어 볼 때 도무지 요즘 세대가 좋아할 법하지 않았던 영화는 의외로 그래서 북미 흥행 중이다.

눈에 띄는 것은 외피는 변했을지언정 여전한 놀란의 시선이다. 〈오디세이〉는 전쟁이 중요하지 않은 전쟁영화다. 놀란의 각색을 거치며 칼립소도, 아테나도 신이라기보다는 인간에 가까워진다. 오디세우스를 짓누르는 것도 결국 신들의 분노가 아니라 자신의 죄책감이다. 놀란은 신과 인간의 경계를 지우고, 영웅이 아닌 개인의 내면에 집중하며 〈오디세이〉를 ‘신화’가 아닌 인간다운 이야기로 완성했다. 놀란은 결국 가장 오래된 이야기를 빌려 가장 놀란다운 질문을 던진 셈이다.

김지연

〈오디세이〉
〈오디세이〉

스토리텔러로서의 놀란이 돌아왔다

단평이니 개인사를 담아 말하자면, 〈인터스텔라〉 때부터 놀란 감독의 작품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그전까지 취향 저격 수준의 감독인데 그 영화를 기점으로, 잘 만들었지만 탄성이 절로 나는 영화가 없었다. 단순히 취향의 문제라기보다 놀란의 ‘아날로그’ 연출과 ‘시간 개념’을 실험하는 방식이 집착 수준에 다다라 이게 영화가 아니라 공학적 기계장치처럼 느껴졌기 때문이다. 그런 내가 〈오디세이〉를 보며 오랜만에 놀란 감독의 작품에 순수하게 탄성을 내뱉었으니 어느 정도의 영화인지 짐작할 수 있으리라. 무엇보다 가장 마음에 드는 부분은 (공학자가 아닌) ‘스토리텔러’로서의 놀란이 돌아왔단 사실일 것이다.

〈오디세이〉는 왕이 부재한 이타카와 오디세우스의 귀환기 두 축으로 진행된다. 놀란은 두 가지 파트를 조합하면서도 오디세우스의 시간대를 일부러 뒤섞는다. 그리하여 그는 음유시인의 말로 통해 전해지는 ‘돌아와야 할 전쟁 영웅’에서 ‘다가올 시대의 분열을 앞당긴 인간’으로 위치가 바뀐다. 자신이 저질러놓은 일의 크기를 직감하고 좌절하는 것은 놀란의 전작 〈오펜하이머〉 속 로버트 오펜하이머가 겹쳐진다. 어쩌면 그것이 놀란이 생각하는 지성인이 감당해야 하는 무게인 것이 아닐까 싶다. 한 인간의 행방에 흔들리는 세계를 비추는 것은 물론이고, 보이는 것과 카메라 트릭으로 감출 것을 적절히 조절해 아날로그를 극한으로 끌어올린 연출까지. 〈오디세이〉는 존재할 수 없는 신화, 한 인간이 느끼는 심리적 고통을 카메라 앞에 고스란히 드러낸다. 통찰의 시선과 볼거리까지 모두 챙긴 〈오디세이〉는 영화라는 매체가 왜 자꾸만 인문학적 영역에 소환되는지를 보여주는 모범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사실 영화를 보기 전까지만 해도 아이맥스 촬영으로 관객 간의 계급을 만든다는 비판의 목소리를 내려고 별렀다. 그런데 정작 내가 그 마법에 빠져들고 말았으니 할 말이 없다.

성찬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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