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더불어민주당 윤리심판원의 제명 결정으로 김병기 전 원내대표가 사실상 정치적 종지부를 찍은 가운데 박지원 의원이 “정치적 판단은 이미 끝났다”라며 냉정한 선을 그었다. 박 의원은 김 전 원내대표의 재심 청구 가능성에도 “정치는 법리로 다투는 게 아니다”라고 일축하며 해당 사안을 더 이상 당의 부담으로 끌고 가지 않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14일 박 의원은 SBS 라디오 「김태현의 정치쇼」에 출연해 김 전 원내대표의 제명과 관련한 질문에 “김 전 원내대표에게 더 이상 제가 잔인할 수는 없다”라며 “정치적 판단은 12일부로 다 끝났다”라고 밝혔다. 앞서 그는 김 전 원내대표에게 자진 탈당을 권유하고 당 지도부에 제명 결정을 요구한 바 있다.
방송에서 박 의원은 당시 자신의 결정을 언급하며 “아마 김 전 원내대표도 제가 ‘선당후사해라, 탈당해라, 제명해라’ 하는 것을 듣고 엄청나게 섭섭했을 것”이라며 “그것이 우리 민주당과 김 전 원내대표를 위하는 길이라는 확신 속에서 했다”라고 이야기했다. 김 전 원내대표가 박 의원의 권고에 깊은 감정을 느꼈을 것이라는 점을 인정하면서도 당과 당사자 모두를 위한 선택이었다는 점을 재차 강조한 것이다.
김 전 원내대표는 제명 처분 이후에도 재심 청구 의사를 밝힌 상태다. 이에 대해 박 의원은 “정치인과 정당은 법적으로 따지는 게 아니다”라고 선을 그으며 “경찰에서 잘 싸워 이겨서 다시 민주당으로 돌아오는 날을 학수고대한다”라고 피력했다. 재심 청구가 제명 결정을 뒤집을 수 있느냐는 질문에는 “망자한테는 다 덕담을 해주는 것”이라며 냉정한 반응을 보였다.
이어 김 전 원내대표가 이재명 대통령과의 관계를 발판 삼아 버티기에 들어갈 것이란 관측에 대해서는 “그런 일은 있을 수도 없다”라며 강하게 부인했다. 그는 “당이 (이 건으로) 한 달을 어떻게 참나”라며 이번 제명 사안이 당내 지속 가능한 이슈가 될 수 없음을 분명히 했다.

한편, 김 전 원내대표는 다수의 비위 의혹에 휩싸인 상황이다. 14일 서울경찰청 공공범죄수사대는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와 관련해 김 전 원내대표의 주거지 등 6곳에 대해 압수수색을 실시했다. 압수수색 대상에는 김 전 원내대표의 부인과 동작구 의원 등 가족 및 측근이 포함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원내대표는 2020년 총선을 앞두고 전 동작구 의원 2명에게서 각각 1,000만 원과 2,000만 원을 수수한 뒤 반환한 정황이 확인돼 조사를 받고 있다. 경찰은 이를 정치자금법 위반 혐의로 판단해 수사를 확대하고 있다.
그 외에도 김 전 원내대표는 차남의 숭실대학교 편입학 개입, 배우자의 구의회 업무추진비 사적 유용 및 수사 무마 의혹, 대한항공 호텔 숙박권 수수 및 의전 요구, 쿠팡 대표와의 고가 식사, 장남의 국가정보원 채용 개입과 보좌진 동원, 지역 병원 특혜 진료 등 다수의 의혹에 연루된 상태다.
당의 제명 결정과 박지원 의원의 강경한 발언에도 불구하고 김병기 전 원내대표의 재심 청구 의사와 본격화된 경찰 수사로 파문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다. 수사 결과와 추가 의혹의 향방에 따라 정치권 전반에 미칠 여파 역시 계속될 수밖에 없는 만큼 이번 사안은 당분간 민주당과 여권에 부담으로 작용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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