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도널드 트럼프 대통령이 미국의 국가 이익에 반한다고 판단한 다수의 국제기구에서 탈퇴하는 행정 조치에 서명했다. 유엔(UN) 산하 31개 기구를 포함해 총 66개 국제기구를 대상으로 한 이번 결정은 트럼프 대통령의 ‘미국 우선주의’ 기조를 다시 한번 분명히 드러낸 조치로 평가된다. 백악관은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이익을 해친다는 판단을 근거로 제시하며 국제기구 전반에 대한 재정비가 불가피하다는 입장을 밝혔다.
7일(현지 시각) 백악관은 트럼프 대통령이 35개 국제기구와 유엔 산하 31개 기구에서 미국을 탈퇴시키는 대통령 포고문에 서명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백악관은 이들 기구가 “급진적인 기후 정책과 글로벌 거버넌스를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의 주권과 경제적 강인함과 충돌하는 이념적 프로그램을 확대하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백악관이 공개한 포고문에는 유엔 인구기금(UNFPA), 유엔 기후변화 협약(UNFCCC), 유엔 여성기구(UN Women), 유엔 무역개발회의(UNCTAD), 국제자연보전연맹(IUCN), 국제재생에너지기구(IRENA), 베니스위원회, 국제법위원회, 기후 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 글로벌 대테러 포럼(GCTF) 등이 포함됐다. 기후·인권·개발 분야 전반에 걸친 기구들이 대거 대상에 오른 점이 특징이다.
이번 조치는 미국이 가입했거나 당사국으로 참여하고 있는 모든 국제기구와 협약, 조약을 대상으로 한 전면 검토 결과에 따른 것이라고 백악관은 밝혔다. 백악관은 “미국 납세자의 세금이 비효율적이거나 미국의 우선순위에 반하는 기구에 더 이상 사용되지 않도록 하겠다”라며 “절감된 예산은 미국의 국가적 목표를 더욱 효과적으로 뒷받침할 수 있는 방향으로 재배치될 것”이라고 덧붙였다.
트럼프 대통령은 두 번째 임기 출범 이후 유엔 예산 삭감을 추진하는 등 유엔을 중심으로 한 다자 외교 체계와 거리를 두는 행보를 이어왔다. 유엔 교육과학문화기구(UNESCO·유네스코) 탈퇴를 선언했고 유엔 인권이사회와의 협력을 중단했다. 또한 팔레스타인 난민구호기구(UNRWA)에 대한 자금 지원도 끊었다. 세계보건기구(WHO)와 파리기후변화협정에서도 탈퇴하겠다는 방침을 공개적으로 밝혀왔다.

국무부 역시 이날 별도 성명을 내고 추가 탈퇴 가능성을 시사했다. 국무부는 “해당 국제기구들은 역할이 중복되거나 비효율적이며 관리 부실 또는 특정 국가의 이해관계에 휘둘려 미국의 이익과 주권을 위협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이어 “국제기구에 대한 추가 검토가 진행 중이며 향후 더 많은 탈퇴 결정이 발표될 수 있다”라고 설명했다.
다만 미국은 모든 국제기구에서 발을 빼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이다. 백악관과 국무부는 국제표준과 규범을 둘러싸고 중국과 경쟁이 치열한 국제전기통신연합(ITU), 국제해사기구(IMO), 국제노동기구(ILO) 등에서는 미국의 영향력을 유지하겠다는 방침을 분명히 했다.
전략적 이익이 걸린 분야에서는 다자 기구를 활용하겠다는 계산이 깔린 것으로 풀이된다. 이번 결정으로 미국의 다자 외교 노선은 한층 더 일방주의 색채를 띠게 됐다. 국제사회에서는 미국의 대규모 탈퇴가 글로벌 협력 체계에 미칠 파장과 함께 향후 국제기구 내 세력 구도 변화에도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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