징어 21C, 코닉세그 제치고 기록 경신
세계 최초 AI 설계, 3D 프린팅 제작의 위력
장인 정신의 시대를 끝내고 연산 능력의 시대로
한 땀 한 땀 장인의 손길로 빚어낸 예술품, 그리고 그 속에서 피어나는 기계공학의 정수. 그동안 하이퍼카 세계에서 ‘속도’란 곧 인간이 쌓아온 수십 년 노하우의 결정체와도 같았다. 코닉세그나 파가니 같은 브랜드들이 수십억 원을 호가하는 이유는 단순히 빠르기 때문이 아니라, 인간의 집념이 닿을 수 있는 물리적 한계에 도전해 왔기 때문이다. 이들에게 자동차는 단순한 이동 수단을 넘어 장인 정신이 깃든 하나의 ‘신화’였고, 그 신화는 절대 깨지지 않을 성벽처럼 견고해 보였다.

하지만 2025년 12월, 미국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이 견고한 성벽을 단숨에 허물어뜨리는 기괴한 사건이 발생했다. 엔진 소리보다 더 섬뜩하게 다가온 것은 기록지에 찍힌 압도적인 숫자였다. 수만 개의 부품을 직접 깎고 조립하던 전통적인 방식은, 이름도 생소한 신생 업체가 가져온 ‘3D 프린터’와 ‘AI 알고리즘’ 앞에서 무참히 무너졌다. 하이퍼카의 제왕이라 불리던 코닉세그조차 고개를 숙일 수밖에 없었던 이 충격적인 반전의 이면에는, 우리가 알던 자동차 제조의 상식을 완전히 뒤엎는 기술이 숨어 있었다.
라구나 세카의 주인, 징어 21C의 압도적 대기록

2025년 12월 9일, 미국 하이퍼카 제조사 징어(Czinger Vehicles)의 대표 모델 ’21C‘가 캘리포니아 라구나 세카 서킷에서 1분 22.30초라는 경이로운 기록을 작성했다. 이는 불과 한 달 전, 하이퍼카 업계의 전통적 강자인 코닉세그의 최신작 ‘사데어스 스피어(Sadair’s Spear)’가 세운 1분 24.16초를 무려 1.86초나 앞당긴 수치다. 서킷 랩타임에서 초 단위의 격차는 단순한 차이를 넘어 ‘차급’ 자체가 다름을 의미하며, 자동차 업계는 이를 하이퍼카 판의 ‘알파고 쇼크’로 받아들이고 있다.

이번 기록이 더욱 충격적인 이유는 징어가 마침내 ‘양산차’로서의 실전 성능을 완벽히 입증했기 때문이다. 사실 징어와 코닉세그는 2021년부터 이 서킷에서 엎치락뒤치락하는 기록 전쟁을 벌여왔다. 그러나 2021년과 2024년 8월 징어가 세웠던 기록들은 양산 전 사양인 프로토타입이나 개발용 모델에 의한 것이었다.

하지만 이번 12월의 기록은 실제 고객에게 인도되는 것과 100% 동일한 ‘양산 확정형’ 사양으로 달성되었으며, 심지어 일반 도로 1,600km를 주행한 직후의 컨디션으로 서킷에 들어가 세운 기록이라는 점에서 내구성과 신뢰성 논란까지 잠재웠다.
인간 장인을 압도한 AI와 3D 프린팅의 ‘외계급 기술’

설립된 지 불과 몇 년 되지 않은 신생 업체 징어가 수십 년 역사의 코닉세그를 무릎 꿇릴 수 있었던 비결은 모회사 다이버전트(Divergent)가 개발한 ‘DAPS(Divergent Adaptive Production System)’에 있다. 이는 AI가 하중과 강성을 계산해 최적의 구조를 설계하면, 대형 3D 프린터가 알루미늄이나 티타늄 합금을 적층하여 출력하는 방식이다. 21C의 서스펜션 암이나 섀시 노드 등 핵심 부품들은 인간의 직관으로는 설계할 수 없는, 마치 동물의 뼈나 식물의 줄기 같은 특이하고 유기적인 형태를 띠고 있다.

전통적인 방식의 코닉세그 설계자들이 경험과 물리 법칙을 바탕으로 금속을 깎아 ‘명검’을 만들었다면, 징어의 AI는 수백만 번의 시뮬레이션을 통해 부하가 걸리지 않는 부위의 금속은 분자 단위로 제거하고 힘이 집중되는 곳에만 밀도를 높였다. 그 결과 징어 21C는 코닉세그의 하이퍼카들보다 현저히 낮은 약 1,240kg의 공차중량을 유지하면서도 서킷의 극한 중력가속도를 견디는 압도적 강성을 확보할 수 있었다. 인간 장인의 손길보다 슈퍼컴퓨터의 연산 능력이 물리적 효율 면에서 우위에 서기 시작한 것이다.

또한, 징어 21C의 파워트레인 전략 역시 승리의 결정적 요인이었다. 1,600마력이 넘는 코닉세그 제스코는 거대한 트윈 터보 엔진의 최고 속도가 강점이지만, 징어는 2.88리터 V8 엔진에 초고성능 전기 모터를 결합한 하이브리드 시스템을 택했다. 라구나 세카처럼 코너가 많고 테크니컬한 서킷에서는 최고 속도보다 코너 탈출 시 뿜어져 나오는 즉각적인 토크와 하이브리드 토크 배분의 정밀도가 중요한데, AI 시스템이 관리하는 징어의 동력 제어가 코닉세그의 압도적 마력을 기술적으로 제압한 셈이다.
장인 정신의 시대에서 연산 능력의 시대로

자동차 업계는 이번 사건을 단순한 랩타임 경신 이상의 ‘패러다임 전환’으로 평가한다. 코닉세그가 지금의 명성을 얻기 위해 수십 년간 시행착오를 겪으며 숙련공들을 길러낸 반면, 징어는 데이터와 알고리즘을 통해 그 축적된 시간의 벽을 단숨에 뛰어넘었기 때문이다.

이는 마치 1997년 세계 체스 챔피언 가리 카스파로프가 슈퍼컴퓨터 ‘딥블루’에 왕좌를 내어주고, 2016년 인류 최강의 기사 이세돌 9단이 인공지능 ‘알파고’에 패배했던 순간과 흡사한 충격을 자동차 마니아들에게 안겨주었다. 수십 년간 인간의 직관과 손끝에서 탄생하던 하이퍼카의 신화가, 이제는 ‘더 큰 엔진’을 만드는 시대를 지나 ‘더 스마트한 구조’를 연산해 내는 디지털 제조의 시대로 완전히 넘어갔음을 상징한다.

물론 코닉세그나 파가니 같은 브랜드가 가진 예술적 가치와 감성적 만족감이 사라지는 것은 아니다. 수집가들은 여전히 인간 장인이 손수 가죽을 꿰매고 금속을 연마한 ‘작품’으로서의 자동차에 열광할 것이다. 하지만 ‘누가 더 빠른가’라는 순수한 물리적 성능의 영역에서만큼은 기계와 데이터가 인간의 손길을 앞지르기 시작했음을 징어 21C가 증명해 냈다. 이제는 코닉세그조차 징어의 디지털 제조 방식을 연구하고, 실제로 부가티나 맥라렌 같은 제조사들이 다이버전트의 기술을 공급받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이를 뒷받침한다.

결론적으로 2025년 라구나 세카에서 벌어진 이 역사적인 기록 재탈환은 “가장 빠른 차를 만드는 법이 완전히 바뀌었다”는 엄중한 선언과도 같다. 숙련된 엔지니어의 감과 손끝에 의존하던 하이퍼카의 제조 공식은 이제 AI의 최적화와 분자 단위의 적층 제조 기술이라는 새로운 문법으로 대체되고 있다. 장인의 기도가 담긴 명검의 시대가 저물고, 슈퍼컴퓨터가 설계한 정밀 병기의 시대가 열린 것이다.
장인 정신이라는 낭만이 기술적 최적화라는 냉정한 수치 앞에 무릎을 꿇은 이 사건은 자동차 역사의 한 페이지를 장식할 변곡점이 될 것이다. 징어 21C가 보여준 압도적인 기록은 향후 모든 하이퍼카 제조사가 나아가야 할 기술적 지향점을 제시하고 있다.
과연 전통의 강자 코닉세그가 다시 한번 장인의 집념으로 이 ‘디지털 괴물’을 꺾고 자존심을 회복할 수 있을지, 아니면 징어의 독주가 하이퍼카 시장의 새로운 표준이 될지 전 세계 자동차 업계의 시선이 집중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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