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 SDI, 충전 중 배터리 셀 과열 결함 발견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배터리 화재 위험으로 리콜
그룹 내 다른 브랜드 차량에서 문제 발견한 적 있어
영국은 산업 혁명을 일구어낸 나라인 만큼 일명 ‘명차’ 반열에 오른 제조사들을 배출해 냈다. 재규어, 애스턴 마틴, 롤스로이스, 벤틀리까지 내로라하는 명차 브랜드가 줄을 선 ‘자동차 왕국’인 것이다. 그런데 최근, 이 화려한 명단 중 순위권에 있는 벤틀리가 뜻밖의 난관에 부딪혔다.

벤틀리 차량에 들어가는 삼성 SDI의 배터리에서 발생된 문제로, 벤틀리가 결국 리콜을 단행했다는 소식이 전해 것이다. 벤틀리의 주력 하이브리드 모델의 배터리에서 결함 가능성이 드러나며 고급 브랜드의 자존심까지 흔들리는 상황이 벌어졌다.
명가 벤틀리도 피하지 못한 ‘열폭주’ 공포
최근 미국 도로교통안전국(NHTSA)은 벤틀리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대한 리콜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일부 차량에 과열 및 화재 위험이 있는 고전압 배터리팩이 장착되었을 가능성이 확인되었기 때문이다. 벤테이가 하이브리드에는 삼성 SDI가 제조한 18kWh 배터리팩이 들어간다. 삼성SDI는 이 배터리가 충전 과정에서 과열될 수 있는 결함이 있음을 벤틀리에 전달하였다.

벤틀리는 현재까지 화재나 부상 사례는 없었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해당 결함이 화재 가능성을 수반한다는 점을 인정하며 리콜을 결정했다. 리콜 문서에 따르면 과열 원인은 두 가지인데, 배터리 셀 내부 입자 오염과 분리막 손상이다. 둘 중 하나라도 발생하면 내부 단락이 생기고, 이는 배터리에서 가장 위험한 사고인 ‘열폭주’로 이어진다.

열폭주는 리튬이온 배터리가 통제 불가능한 속도로 스스로 발열하며 폭발에 이르는 현상이다. 몇 초 만에 온도가 1,000°C 이상으로 치솟고, 한 셀이 폭주하면 주변 셀로 순식간에 번져 연쇄 폭발을 일으킨다. 여기에 진압 또한 어렵고 유독가스까지 발생한다. 대부분의 전기차 화재가 이 열폭주에서 비롯된다.
높은 위험도에 결국 결단 내린 벤틀리
이번 리콜 대상은 2023년 9월 13일부터 9월 28일 사이 제조된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130대이다. 벤틀리는 실제로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사례는 많지 않으리라고 예상하고 있다.

벤틀리는 우선 배터리 관리 컨트롤러에 새로운 소프트웨어를 설치할 예정이다. 이 소프트웨어는 고전압 배터리의 자가 방전 상태를 감지하고, 교체가 필요한 모듈을 식별할 수 있다. 벤틀리는 리콜 대상 중 배터리 교체가 필요한 차량은 1% 미만일 것으로 추산하고 있으며, 대부분은 해당 소프트웨어 검사만으로 리콜 및 결함 수정이 완료될 것으로 예상하고 있다.
사실 벤틀리가 배터리에 대한 문제를 발견한 것은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벤틀리는 2023년 10월 폭스바겐 그룹에 속한 다른 브랜드의 차량에서 유사한 결함을 인지하였으나,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차량에 관해서는 관련된 문제 보고가 없었기 때문에 리콜을 실시하지 않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후, 폭스바겐 그룹의 다른 모델들에서 계속하여 배터리 관련 결함이 보고되었고, 이에 벤틀리 측에서도 재검사를 통해 이번 리콜을 단행하게 된 것이다.
이번 리콜은 미국뿐 아니라 호주에서도 진행되었다. 벤틀리 호주는 배터리 문제로 2023년형 벤테이가 하이브리드 16대를 리콜했다. 이 역시 하드웨어 결함으로 인해 충전 중 방전될 수 있다는 점에서 같은 문제 계열로 분류되었다.
결함 발생보다 중요한 건 대응 방식
이번 사태는 아무리 값비싼 명차라 해도 결함에서 완전히 자유로울 수 없다는 사실을 다시 한번 보여준다. 하지만 더 중요한 것은 벤틀리와 삼성SDI 모두 문제를 숨기거나 책임을 회피하지 않았다는 것이다. 삼성SDI는 제조 과정에서 발생했을 가능성이 있는 결함을 인정했고, 벤틀리 역시 뚜렷한 문제 보고가 거의 없던 상황에서도 리콜을 결정하며 제조사로서 책임 있는 태도를 드러냈다.

이번 리콜은 작은 균열 하나가 곧바로 큰 화재로 이어질 수 있는 배터리의 특성을 감안할 때, 소비자 안전을 최우선으로 둔 조치라는 점에서 그 의미가 더욱 크다. 브랜드 이미지에 일시적인 타격은 있을 수 있지만, 오히려 제조사로서 마땅히 해야 할 책임을 다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선례로 남을 가능성이 크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