헝가리서도 시작된 ‘찾아가는 버스’
인공지능이 실시간으로 최적 경로 생성
현대차그룹, 교통혁신 모델로 확장 예고
헝가리 북부의 작은 도시 괴될뢰시(市)에서는 최근 낯선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버스 정류장에서 한참을 기다리던 주민들이 이제는 앱을 켜고 부르면, 몇 분 뒤 집 앞까지 찾아오는 버스를 타게 된 것이다. 이동이 불편했던 고령자와 교통 사각지대 주민들에게는 혁명에 가까운 변화다.

이 변화의 주인공은 현대자동차그룹이 운영 중인 ‘셔클(SHUCLE)’로 수요응답형 교통(DRT)서비스다. 정해진 노선과 시간표 없이, 이용자의 호출에 맞춰 실시간으로 차량을 배차하고 경로를 조정하는 시스템이다. 괴될뢰에서 진행된 이 시범사업은 단순한 편의 서비스가 아니라, 교통 효율과 접근성을 동시에 혁신하는 실험으로 평가받고 있다.
이번 프로젝트는 8월 18일부터 10월 31일까지 약 두 달 반 동안 진행됐다. 현대차·기아는 이 기간 동안 셔클 차량 2대를 투입해 3138건의 호출을 처리, 약 2950명의 시민이 서비스를 이용했다. 놀라운 점은, 기존 대중교통 대비 대기시간이 60분에서 6분으로 줄었다는 사실이다.
사람을 따라가는 교통, 셔클의 실험

셔클은 기존의 대중교통 시스템을 완전히 뒤집는 개념이다. 정해진 노선이 아닌, 이용자의 호출을 기준으로 차량이 경로를 만들어간다. 인공지능(AI) 알고리즘이 실시간으로 수요를 예측하고, 최적의 이동 루트를 계산해 이동 효율을 극대화한다.
괴될뢰 시범사업에서 AI는 도시 내 이동 패턴을 학습해, 비슷한 방향으로 가는 승객을 묶어 운행하는 ‘동적 배차’를 구현했다. 이를 통해 불필요한 공차 주행을 줄이고, 이동 효율은 물론 탄소배출 감축 효과까지 얻었다. 현대차그룹은 “승객이 없는 구간을 줄여 친환경 교통체계 구축에도 기여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 서비스는 특히 교통 인프라가 부족한 중소 도시나 고령화 지역에 적합한 대안으로 주목받고 있다. 괴될뢰는 인구 4만 명이 채 되지 않는 도시로, 기존에는 버스 5대가 전부였다. 주민들은 대중교통을 타기 위해 1시간 이상 기다려야 했고, 이로 인해 이용률이 떨어지면서 버스 노선이 더 줄어드는 악순환이 이어졌다. 셔클의 도입은 이 문제를 정면으로 해결한 셈이다.

현지 주민들의 반응은 폭발적이다. 다리 통증으로 이동이 어려웠던 한 노년 이용자는 “버스가 집 앞까지 와서 태워주니 가족을 다시 만날 수 있게 됐다”며 만족감을 드러냈다. 괴될뢰 부시장 피터 바르디 역시 “주말에 버스가 없어 주민들이 고립되는 문제가 있었는데, 셔클 덕분에 해결됐다”고 말했다.
이번 사업은 단순한 기술 실험을 넘어 정책 협력 모델로도 의미가 크다. 헝가리 시범사업은 기획재정부와 한국개발연구원(KDI)이 주관하는 ‘경제혁신 파트너십 프로그램(EIPP)’의 일환으로 진행됐다. 공공기관과 민간기업이 협력해 해외 교통문제를 해결하고, 한국형 모빌리티 기술의 수출 가능성을 입증한 사례로 꼽힌다.
현대차그룹은 국내에서도 셔클을 적극 확장하고 있다. 2021년 경기도에서 첫선을 보인 이후 세종, 보령 등으로 확산돼 현재 71개 농어촌 지역에서 운영 중이다. 누적 회원은 130만 명, 총 운행 거리는 5194만㎞를 돌파했다. 이제 그 실험 무대가 해외로 넓어진 셈이다.
김수영 현대차·기아 모빌리티사업실 상무는 “괴될뢰 시범사업은 주민 만족도와 운영 효율성을 동시에 증명한 프로젝트였다”며 “이번 성과를 바탕으로 유럽을 비롯한 여러 지역에서 현지 파트너십 기반의 글로벌 확장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교통의 미래는 ‘필요한 곳으로 가는 버스’

괴될뢰의 실험은 단순한 시범사업이 아니라, 이동의 정의를 새로 쓰는 시작점이 됐다. 정류장 중심의 교통 체계가 아닌, 사람 중심의 교통 체계로의 전환이다. 특히 디지털 기술과 사회적 포용이 결합한 교통혁신 모델이라는 점에서 의미가 깊다.
교통이 단순한 이동수단을 넘어 지역 공동체를 잇는 연결망으로 기능할 때, 모빌리티는 진정한 사회적 가치를 창출한다. 현대차그룹이 추진 중인 셔클 프로젝트는 이 가치를 구체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헝가리에서 입증된 성공 모델은 앞으로 유럽과 아시아의 교통 사각지대에도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할 것으로 기대된다.
60분을 6분으로 바꾼 셔클의 실험은 기술 혁신을 넘어, ‘이동의 민주화’라는 현대차그룹의 비전을 실현하는 첫걸음이다. 이 작은 버스가 향하고 있는 곳은, 결국 더 많은 사람의 일상 속이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