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2026년 2월 은행권 가계대출이 3개월 연속 감소세를 보였지만, 전체 금융권으로는 2.9조 원 증가하며 은행권과 제2금융권의 극명한 엇갈림이 나타났다. 한국은행이 11일 발표한 ‘2026년 2월 금융시장 동향’에 따르면 은행 가계대출 잔액은 1172조 3000억 원으로 전월 대비 3000억 원 줄었다. 하지만 같은 기간 전 금융권 가계대출은 오히려 2.9조 원 증가했다.
이는 은행권이 줄인 만큼 제2금융권이 더 많이 늘린 ‘풍선효과’가 작동했음을 의미한다. 특히 상호금융권(농협·새마을금고)이 3.1조 원 증가하며 증가를 주도했고, 보험사와 여전사도 각각 적자에서 흑자로 전환했다. 금융당국의 가계부채 관리 정책이 은행권에만 집중되면서, 대출 수요가 제2금융권으로 대거 이동한 것이다.
신학기 이사에 주담대 0.4조 증가…작년의 12% 수준

2월 은행 주택담보대출은 전월 대비 4000억 원 늘어나며 2개월 만에 증가 전환했다. 연말 주택 거래 증가와 신학기 이사 수요가 겹친 결과다. 한은 박민철 금융시장국 차장은 “지난해 말 주택 거래 증가와 신학기 이사 수요가 맞물리면서 증가 규모가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하지만 증가 폭은 지난해 같은 달(3조 4000억 원)의 약 12% 수준에 불과했다. 전세자금대출은 3개월 연속 감소세를 이어갔고, 신용대출 등 기타대출도 7000억 원 줄었다. 명절 성과급·상여금 유입으로 상환이 이어졌지만, 국내외 주식 투자 수요가 일부 영향을 미치면서 감소 폭은 제한적이었다.
다주택자 비율 31.9% 반등…3년 관리 성과 ‘물거품’
더 큰 문제는 다주택자 주담대 비율이 31.9%로 다시 올라섰다는 점이다. 2025년 다주택자 주담대 잔액은 373조 원으로 1년간 36조 원이나 증가했다. 이는 2021년 34.2%에서 2024년 30.0%까지 3년 연속 하락하던 추세가 완전히 꺾인 것을 의미한다.
전문가들은 5월 9일 양도소득세 중과 유예 종료를 앞두고 다주택자들의 선제적 매각 심리가 작동한 결과로 분석한다. 금융위원회는 “매물 출회 등의 영향으로 3월 이후 주담대 수요가 더 확대될 수 있다”며 경계감을 나타냈다. 실제로 수도권 아파트 매물이 늘고 강남 일부 지역에서는 가격이 하락 전환하는 등 시장 분위기가 요동치고 있다.
기업대출은 9.6조 급증…회사채는 4.1조 순상환

가계대출과 달리 기업대출은 증가세가 확대됐다. 2월 은행 기업대출은 9조 6000억 원 늘어 전월(5조 7000억 원)보다 증가 폭이 크게 확대됐다. 대기업 대출 5조 2000억 원, 중소기업 대출 4조 3000억 원이 각각 증가했다. 은행권의 생산적 금융 기조와 설 명절 운전자금 수요가 맞물린 영향이다.
반면 회사채 시장에서는 순상환 규모가 1월 2조 원에서 2월 4조 1000억 원으로 두 배 이상 확대됐다. 금리 변동성 확대로 기업들의 발행 부담이 커지고 투자 수요도 약화된 결과다. 박 차장은 “통상 연초에는 기업들이 자금을 미리 확보하려는 경향이 있어 계절적 요인이 있다”며 “은행권이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대출 영업을 확대하는 움직임도 영향을 미쳤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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